단짠한 이야기

바다 보러 가서 동계올림픽 보고 온 이야기

The 두루 2018. 2. 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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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주말나들이

#서울양양고속도로첨타봄#터널에서차선변경도됨

#강원도고성군나들이#북쪽으로계속가서#월북하는줄


안녕하세요. 두루입니다. 오늘은 지난주말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바람도 쐴겸 겨울바다를 다녀온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내 결혼기념일도 없는데 내가 없는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은 오로지 부모님 스스로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간만의 가족여행이라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무엇보다 저도 바닷바람이 쐬고 싶었습니다. 날이 춥고 매섭건 장거리 운전이 빡새건 어쩌건 상관없습니다. 바람은 차가 막아주고 차는 아버지가 운전하기로 했으니까요. 그렇게 400km가 넘는 장거리, 나는 불효자 입니다.



이렇게 불효자와 함께 결혼기념일 첫번째 일정인 겨울바다를 보기위해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올라탑니다.



지난주 횟집에 들러 인당 35,000원이나 하는 그럴싸한 회정식을 먹었는데 그곳 이름이 정동진이었죠. 이때부터 이미 바다를 보러가라는 계시였나봅니다. 여기 회무침이 맛 있었습니다. 방어도 입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나머지는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고급지기는 하나 가성비를 놓고 볼때 다시갈 이유는 없겠습니다. 여유있게 오랫동안 먹으면 좋을것 같기도 합니다. 이집은 뭐 나중에 더 이야기 하도록 하고, 아무튼 급격하게 바다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본게... 아 맞다 한달전에 제주도 다녀왔구나. 동해바다는 삼년만이군요.


지난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연장해 양양까지 개통하면서 한시간 반만에 동해바다를 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서울양양고속도로도 이날이 처음타본 것이었어요. 길고 지루한 터널구간들이 많더군요. 터널이 어찌나 길었는지 10km가 넘는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터널 안에서 차선변경까지 가능하도록 차선이 점선되어 있네요. 터널 내부에서 동요 '작은별'의 멜로디 일부가 두번정도 들리는것 외에는 별다른 감동은 없었습니다. 




중간에 내린천 휴게소에 잠깐들러서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겨봅니다. 요즘 휴게소에는 커피 자판기가 없나요? 커피한잔을 마시려고 하니 탐탐이랑 엔제리너스 뿐이더군요. 그래서 롯데리아 커피 마셨음ㅋㅋ 이럴때만 꿀같은 롯데리아. 내린천 휴게소의 구조가 조금 특이하게 되있었는데 설명보다는 나중에 한번 가보는게 이해가 빠르겠습니다. 내린천 휴게소를 출발해 오늘의 목적지로 예상되는 고성군을 향합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가 예전부터 즐겨찾는 동네니까요. 왜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뜬금없이 혹시 신분증 챙겼냐고 묻길래 이건 또 무슨일인가 동공지진. 나를 북녘으로 보내는건 아닌가 망상에 빠집니다.



얼마전에 영화 강철비를 봐서 그런거 왠지 북쪽으로 가까워지는게 살짝 무섭기도 하고 뭐 그렇게 두시간 반에 걸쳐서 목적지 근처인 고성군 대진리 대진항에 도착합니다. 동네가 엄청나게 한산하기만 한데 무슨목적으로 이곳까지 왔는지 모르겠군요. 뭔가 엄청난 인원을 소화할것 같아 보이는 광장 느낌의 공간과 전망대가 있었지만 어쨌든 한적하고 고요함. 일요일임에도 지나치게 한적해서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체대생들로 보이는 인원 20명쯤이 어디서 약을팔았는지 이 추위에 낚시를 하겠다고 낚시대 열개정도를 사왔더군요. 젊은 파이팅이 넘쳐 흘렀지만 아버지가 흘낏 보더니 안쓰러운 표정을 하시더군요. 그렇게 갑자기 요란스러워진 전망대를 빠져나왔습니다. 슬슬 밥때가 되서 대진항 앞쪽에 있는 밥집을 찾았습니다. 이 동네는 같은 강원도이긴 하지만 동계올림픽은 남의 동네 이야기 인것처럼 상권이 죽어 있었습니다. 특별히 관심을 가져줄만한 것이라고 북쪽과 가깝다는 것인데 지금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봤을땐 그것이 좋은 작용은 하지 않을 것 같군요. 아무튼 요컨데 상권이 죽어서 손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적당히 맛있었던 생선구이 정식. 가자미가 가장 맛있었어요. 꾸덕꾸덕하고 입에 쫙쫙 붙었죠. 임연수와 놀래미도 먹었습니다. 항구에 있는 생선구이집이라고 보기엔  부족한 면이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는 법이니까요.

 


왼쪽에 가장큰 접시부터 놀래미, 임연수, 가자미 구요. 반찬은 뭐 보시는 바와 같이 있습니다. 국은 도치알탕인가 그런것이었구요. 전반적으로 그럭저럭 평범한 수준이었습니다. 홍게를 쪄서 무쳐 놓은 반찬도 있었습니다. 맛은 잘 모르겠고 예의상 밥 한공기를 더먹었습니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겠다 다음일정이 무엇인가 물어봤습니다. 통일전망대를 가려고 하는데 그전에 들릴곳이 있다고 했습니다. 어차피 들르는 곳이야 운전수 마음이니 잠자코 있었드랬죠. 어느 슈퍼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 커피한잔을 뽑아 마십니다. 처음보는 동네 처음들어간 슈퍼에 처음만나는 노부부가 아버지와 정겨운 인사를 주고 받습니다. 엄마 역시 잘 알고 계신 분들인가 봅니다. 이야기인 즉슨 오늘의 목적이 이곳에 있었는데 나만 모르고 바다에 눈이 멀어 달려온 각 이었습니다.


슈퍼로 알고 들어온 이곳이 사실은 낚시방이었네요. 보통은 이곳에서 택배로 물건을 주문해 받는다고 하시는데 사고 싶은것도 여러가지고 택배를 기다리기 싫어서 직접 찾으러 온거였어요. 얼마전 드렸던 용돈으로 낚시 점퍼도 사고 다른 용품들도 쿨하게 구입하십니다. 그때 그 만족스러운 표정을 담아놨어야 하는건데 아쉽네요ㅋ



그렇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나니 맥이 빠졌는지 이제 어디갈까? 하며 다시 되물어 보시더군요. 통일전망대는 그냥 버리는 카드였나 봅니다. 통일전망대는 됬고 나중에 금강산 관광이나 재개되면 가장 먼저 달려와 보기로 하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래도 바다까지 왔는데 모래는 한번 밟아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근처 해수욕장 백사장에 와봅니다. 정말 너무나 과도하게 한산합니다. 이제는 정말 집에가야 하겠네요. 집으로 가기위해 양양고속도로를 다시타야 하는데요. 돌아가는길에 라디오에서 오늘이 89일차 성화봉송팀이 양양의 낙산사를 지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망설일것 없었죠. 어차피 집에가려면 그리로 지나가야 하니까요.



그렇게 어찌저찌 쫓아서 달려왔습니다. ㅋㅋㅋㅋ 예전에도 없어 성화봉송 직관이네요. 뭔가 굉장히 붐비는것 같으면서도 한가한 동네잔치정도 수준의 성화봉송 릴레이 같아 보이긴 했습니다. 그래도 처음보는거니까 조금 시기하긴했어요. 연예인이 왔느냐 누가 성화봉송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에서 가져온 불꽃과 이곳에 함께 있었다는게 중요한거죠. 라는 이야기 입니다.



아무튼 협찬업체들의 잔치였어요. 행사를 즐기는 시민들보다 주최측이나 협찬업체들 인원이 훨씬 많아 보였습니다. 코카콜라, KT, 삼성같은 업체들의 젊은 친구들이 추위에도 열심히 홍보에 앞장서고 있더군요. 



성화봉송이 휴식시간이 있다는걸 이날 처음 알았습니다. 브레이크타임이 걸려서 선사유적박물관 주차장에서 40분이나 대기를 탔습니다. 시간도 때울겸 박물관에 갔다가 화장실만 이용하고 나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박물관 화장실만 이용하고 가는것 같아 보였는데 박물관 입장에선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겠네요. 지역민들로 보이는 관현악단이 성화봉송을 축하하는 연주를 합니다. 연주곡은 군악대에서 주로 들었던 행진곡들 이었습니다.



드디어 성화가 출발합니다. 이런말하긴 좀 그렇지만 한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왠 아저씨가 불씨에서 불을 꺼내 왠 아저씨의 성화봉에 불을 붙여 주었습니다. 가슴이 벅차거나 뭐 그럴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싱겁더군요. 결혼식장 화촉점화가 더 가슴떨리겠네요. 아무튼 아버지는 평생에 다시 없을 올림픽이라며 어린아이처럼 뛰어나가 현장을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에 담아봅니다.

한참 사진을 찍고나서 돌아서며 하시는 말씀이


"나 이제 동계 올림픽 다봤어!"


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유튜브 생중계 화면에도 잡혔음 ㅋㅋㅋㅋㅋ 이대로 달려서 5시에 양양시의회장에서 축하공연을 한다고 하던데 역시나 연예인이나 뭐 그런건 없는것 같아서 쿨하게 집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로 향했습니다. 돌아오는길 내린천 휴게소에서 옛날사람처럼 알감자를 사먹었습니다. 맛이 옛날같지 않더군요. 생각보다 짭니다. 분명 눈에 설탕 알갱이가 보였는데 사실은 소금이었나 봅니다. 아무 생각없이 떠났더 여정이지만 바다도 보고 생선구이도 먹고 장난감사서 좋아라하는 아버지도 보고 덤으로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직관도 했으니 본전은 뽑았네요. 돌아오는길의 서울양양고속도로의 구가별 정체가 심각해서 춘천서부터는 국도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근데 결혼기념일을 이렇게 얼렁뚱땅 보내도 상관없는건가??? 아무튼 그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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